장마철인데도 불구 하고 쏟아져야 할 비는 오지 않고,
때 아닌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상한 여름이 시작 되었다.
동해안의 모든 해수욕장들이 일제히 개장을 한 어제에도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
해변을 거닐던 몇 않되는 관광객을, 기어코 차가운 동해 바다속으로 끌어 들이면서
화진포 해수욕장 개장 기념으로 마침내 마수거리를 한 셈이 되었다.
열대야 까지 동반한 엊저녁의 더위로 설쳐 댔던 잠을 쫓아 내려,
풍덩 던져 놓은 화진포해수욕장의 투명한 물속 모래에는,
겨우내내 키자랑을 하며 수근대던 한 가족의 명주조개가 옹기종기 모여서 빛을 발하며
유혹을 하는 통에, 잠시 동안의 자맥질로 커다란 양파자루 한개가 가득 차고 말았다.
밤새도록 해금을 시킨 명주조개를 맑은물에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마늘과 파를 송송 썰어 넣고 조개국을 끓여서,
농원에서 수확하여 며칠 전 담궈 놓은 오이 소박이 김치를 곁들여 밥 한술 뜨니,
가슴 속 깊은 곳까지 퍼져 가는 화진포의 바다 내음에, 날아 갈 듯 가벼운 아침을 맞이
하게 되었으니,오늘 아침 식사는 화진포를 통째로 먹은 격이 되었다.
작으마한 뒷짐 가방 속에 시원한 어름물 한통과 샌드위치 몇조각 만들어서 담고,
며칠 전 부터 읽어 오던 책한권과 카메라도 챙기고,수영복은 반바지 속에 팬티 삼아 입고,
수건으로 목을 감싼 채 가방을 둘러 메고 서둘러 자전거에 올라 탄다.
태백산맥과 나란히 이어져 있는 바닷가 작은 산줄기 사이에는,
아주 옛날 금강산으로 다니던 찬란했던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겨 놓은 채로
자연속에 조용히 묻혀져 있는 좁다란 길이 있는데,
건봉사에서 부터 명파리 까지 깊은 심산 계곡과 맑은 하천이 함께 하며 길게 이어져 있다.
자동차도 다니기 힘들 만큼 도로로서의 기능은 할 수 없지만,
자전거를 타고 즐기기에는 더없이 좋은 훌륭한 나만의 하이킹 코스이기도 하다.
계곡물을 먹으러 왔던 맷돼지며 고라니,노루,토끼들이 인기척에 놀라 날카롭게
눈매를 치켜 뜨고, 쫑깃 세운 귓바퀴를 이리저리 흔들어 가며 불편함을 전하려 들기도 하고,
아름들이 금강소나무가 빽빽히 도열해서 자주 찾아 오는 이웃 친구를 반겨 맞이 하여 주고,
어지럽도록 갖은 소리로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이름모를 산새들이,
그동안 밀렸던 이야기를 나누자고 수다를 걸어 오기도 하는 곳이다.
세찬 계곡물이 폭포수 처럼 흘러 내리는 웅덩이 곁에는,
아직도 나의 체온을 식히지 않고 주인을 기다리던 넓다란 큰바위가
성큼 다가와 자리를 내 놓기에 바쁘고,
기이한 모양새로 세상을 등져 가며 살아 온 물푸레 나무는,
살랑이는 잎새를 모아서 햇볕을 가려 주고, 시원한 바람을 몰고 와서 아첨을 하기도 한다.
잔뜩 베인 땀을 금강산 옥수로 씻어 내고,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드러 누워서, 덮어 두었던 소설속의 세상을 허우적 대다가
자연의 숨소리에 취해 버려, 나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 들고 만다.
경계하며 다가 서던 다람쥐 녀석이 손등에 입맞춤하는 간지러움에 잠을 떨치고,
아늑한 계곡의 정취를 뒤로 한채, 짙 푸르게 펼쳐져 있는 동해바다 환상의 세계에,
다급하게 가파 오는 심장 소리를 띄어 보낸다.
불볕 더위를 거침 없이 쏟아 내고 있는 자연의 지휘자 태양을,
화진포해수욕장의 넘실대는 하얀 파도가 송두리째 삼켜 버리고,
수억 만년전 부터 조개 껍질을 부수어서 만들어진 해변의 모래들도
반짝반짝 빛을 반사해 가며 이글 거리는 태양을 모래 속에 깊히 묻는다.
오금이 저리도록 차가운 동해바다 화진포에 몸을 담그면,
소름이 끼치듯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삶의 찌꺼기들이 송두리째 얼어 붙는 듯 하고,
털어 버리지 못하고 각인 시킨 슬픔과 고통의 언저리들은,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쉼 없이 다가오는 파도가 쓸고 가 버린다.
아직은 차가운 냉기를 가득 머금은 바닷물과
소금기에 쪼그라 들대로 쪼그라진 몸을 물에서 건져 내어 대충 모래만 털어 낸 채로,
민물과 바닷물이 섞인 화진포 호수 속에서 화기애애 하게 어울려 살면서
오고가는 사람들에게 반가운 손짓으로 인사를 하는 이름모를 물고기들의
아낌 없는 열열한 환영 퍼레이드를 끊일 줄 모르게 받아 가며
화진포 호수를 한바퀴 순회하면서 화진포금강농원으로 향 한다.
자연이 살아 숨쉬는 화진포에서의 하루 일과가,
수만년 전 부터 화진포에서 살아 왔던 고대 원시인의 후예가
21세기에 되 살아 나서 어울리지도 않게 서투르게 흉내를 내는 것 같지만,
스스로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해서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화진포에서 만이 오로지 흉내 낼 수 있는 삶의 방식인 것이다.
올 여름~~!!
화진포에서,
고대 원시인의 모습으로 잠시 동안 만 이라도
돌아 가 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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