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역사의 아픔, 민족의 아픔

지은이
출판사
해냄출판사
출간일
20030725
장르
한국소설 베스트셀러보기
책 속으로
여순반란사건을 축으로 한과 이데올로기의 세계를 형상화한 대하소설. 상놈 출신의 주인공 염상진과 무당 소화,하대치,김범우 등 등장인물들의 사랑과 갈등이 어우러진 80년대 분단문학의 대표작으로 양장본으로 새롭게 꾸려졌다. 이번 양장본을 통해 저자의 치열한 역사 의식을 한층 높게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나의 평가
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

민족분단이 일어나고 한참 뒤, 한민족의 구성원 중 하나로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나는, 내 의지와는 관련 없이 남한이라는 곳에 살고 있으며 이곳이 택한 민주주의라는 이념에 익숙해져 살고 있다.


이데올로기라는 것은 지금의 내가 생각하기에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으며, 생계에 지장을 준다든지 하는 충격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암울하고 어려운 당대의 현실에서 두 가지의 이데올로기를 접하게 된 ‘태백산맥’이라는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를 살던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서로에 대한 이질감과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제각기의 상황에 처해 있으므로 각각의 행동을 해나가게 되어 있었으며, 또 그렇기 때문에 맞닥뜨리게 되는 비극적 상황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가는 장남인 형 염상진과 그와 반대의 삶을 살아가는 동생 염상구에게서 진정한 우리의 모습을 잘 담아내고 있다. 그 둘은 형제였지만 서로의 입장이 달랐다. 장남이기에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별 어려움 없이 자란 염상진과는 달리 장남이 아니기 때문에 온갖 천대를 받고 잡초처럼 자란 염상구는 어렸을 때부터 쌓여온 불만 때문인지 독한 성격에다가 형에 대한 원한이 대단히 큰 것 같았다. 염상진이 어려운 가정 형편의 영향으로 좌익을 택하게 되고, 동생인 염상구가 마치 반발이라도 하듯이 우익이 됨에 있어서 답답하고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다.


어떤 사상이 옳은 것인가 하는 가치 판단을 떠나 단지 형을 미워하기에 형을 잡기 위해 우익을 택한 염상구는 그것을 구실삼아 온갖 망나니짓을 다 하고 다닌다. 형에 대한 반발심과 차별에 대한 억울함 등에 의해 염상구는 형 잡기에 혈안이 되고, 또 병적으로 그것을 즐겼다. 반면에 민중의 편에서 새로운 세계를 제시하고자 한 염상진은 주민들의 동조를 얻고 2년여 동안 투쟁하지만 결국 수세에 몰려 자결하고 만다. 그렇게도 형을 미워했던 염상구도 형의 죽음 앞에서는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단순한 억울함과 천대만으로 다른 이념을 택하고 적이 되어야 했던 그 두 형제는 바로 우리 민족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고, 형이 죽고 난 뒤에야 비로소 후회하는 동생 염상구의 모습 또한 지금의 우리들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삐뚤어진 역사 속에서 순수하지만 어려운 경제현실에 직면하여 이념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던 소작인들, 한편 그들과는 다르게 이념보다는 정하섭에 대한 사랑으로 그가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따르기로 결심을 하는 무당 소화, 비록 주먹패로 망나니처럼 행동했고 형을 평생의 원수처럼 증오하였지만 그렇게 대했던 형의 죽음 앞에서 후회를 하고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던 염상구, 경찰이란 체계 속에서 민족 양심에 거스르는 일에는 반대하여 해직된 이근술, 비극적인 시대의 모습을 괴로워하고 고민했던 심재모. 그들 모두는 우리가 지나온 역사 속에 존재하는 우리 민족의 참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지난 역사를 직시하고 정확한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에 대해 엄밀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소설이 비록 다소 좌익의 모습을 옹호하는 관점에서 쓰여졌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속에서 빨치산과 같이 정확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매장되어버린 사건들을 정당한 역사의 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으며, 이러한 억울한 사건이 우리의 역사에서 다시는 반복되지 못하게 하는 든든한 받침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