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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스런 제주

제주도 아니면 절대로 맛볼 수 없는 음식 5가지

 미식가들도 울고 갈, 지혜가 가득한 제주의 다섯가지 맛

포털의 지식검색에 수도 없이 올라오는 질문들 중에는 제주도의 향토 음식에 대한 질문들이 참 많습니다. 어렵게 마련한 제주여행의 기회, 이 기회에 제주도에서 맛볼 수 있는 제주도만의 토속적인 음식을 접해 보고픈 여행객들의 바램이겠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향토음식이라고 올라오는 답변들을 보면 오리지날 제주음식들이 아닌, 바다를 끼고 있는 전국의 다른지방이면 얼마든지 맛 볼 수 있는 음식들이 십중 팔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주도가 아니면 도저히 맛볼 수 없는 제주만의 음식이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예로부터 제주도 사람들만 먹어 온 제주 고유의 음식들이 있습니다. 지금도 대부분의 제주인들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제주의 토종음식 다섯가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미 여러 맛집을 통하여 널리 알려진 음식들도 있고 전혀 생소한 음식도 있습니다.

 


1. 된장냉국
제주민초들과 애환을 함께해 온 가장 친근한 음식

 

 

제주를 처음 찾는 분들이 대부분 놀라는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된장을 풀어 만든 냉국인데요, 육지에서는 대부분 냉국을 만들 때 된장을 사용하지 않고 소금으로 간을 합니다. 된장은 끓여서 만드는 국이나 찌게에 간을 맞출 때 사용하는게 일반적인 상식이지요. 그래서 제주도에서 끓이지 않은 맹물에 된장을 풀어 먹는 모습을 보고는 적잖이 놀래는 모습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제주도에서는 아주 오래전 부터 이 된장냉국을 즐겨 먹었습니다. 특히 여름철이면 거의 모든 가정의 식탁에 단골 메뉴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된장냉국을 즐겨 먹게 된 이유로는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야 될 것 같습니다. 예로부터 척박한 환경에 힘든 밭농사를 하면 살아 온 제주 사람들은 늘 시간이 '금'이었습니다. 조금의 여유를 가질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살다보니 여유롭게 모든 반찬을 다 장만하여 식사를 하는 것은 사치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넉넉한 살림도 못되었지만 말입니다. 

밭일을 나설 때의 점심준비는 그래서 늘 간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밥과 물 그리고 된장만 있으면 끼니가 해결되었습니다. 여기에 데친나물이나 물외(늙은오이)는 단골 재료였습니다. 준비한 양푼에 썰어 온 물외 또는 데친나물에 된장을 넣어 버무린 다음 맹물을 부어 간을 맞춘 다음 국으로 먹었습니다. 마땅히 다른 바찬도 없었지요. 시장이 반찬이라고 시원한 나무그늘이 있으면 금상첨화였고 없어도 그만입니다. 하여간 그시절 밭에서 말아 먹는 된장냉국의 맛은 일품이었습니다.


지금은 갖가지 재료들을 넣어 더욱 맛있게 만들어 먹지만, 옛날의 직접 수확한 콩으로 만든 된장과 채소를 이용하여 만들어 먹던 그 때의 된장냉국이 더 일품이었습니다. 현재 제주에서  맛볼 수 있는 여러가지 물회들을 보면 된장을 풀어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모두가 된장냉국의 영향이 그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것입니다.

 


 2. 몸국
제주지방 관혼상제의 대표적인 음식

 

 

제주에서는 아주 먼 옛날부터 집안의 대소사가 생기면 음식을 장만하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서두르는일이 돼지를 잡는일입니다. 경사를 맞아 장가나 시집을 보낼 때 제주에서는 보통 3일잔치를 치뤘는데 첫날이 바로 '돼지 잡는날'인 것입니다. 둘쨋날이 가문잔치, 마지막날이 바로 결혼식 날이었죠. 물론 지금은 많은 가정에서 3일잔치를 치르지 않고 간소하게 하루잔치로 치르고 있습니다.

 

돼지를 잡자마자 바로 다음으로 만들어지는 음식이 바로 순대와 '몸국'입니다. 육지사람들이 가장 의아해 하는 음식 중의 하나가 바로 몸국인데요, 돼지고기를 삶아 건져낸 후 남아있는 국물을 이용하여 만들어 지는 음식이기 때문에 얼핏 생각하면 좀 지저분하고 느끼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제주사람들의 독특한 요리 솜씨는 이러한 우려를 한꺼번에 말끔히 해결해줍니다.

고기를 건져낸 국물에 갖은 양념과 고기의 내장 일부 그리고 고기를 발라 낸 뼈를 넣어 진한 국물이 우려나게 푹 고아낸 후 키포인트인 '몸'을 듬뿍 썰어 넣습니다. '몸'은 해초의 일종인 모자반의 제주어입니다. 뼈에서 우러나온 고깃덩이와 푹 삶아진 모자반을 그릇에 한가득 떠 놓고 소금으로 간을 하고 파와 고추를 썰어 엊으면 비로소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제주의 가장 독특한 몸국이 탄생하는것입니다.


험한 세상을 살아온 제주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엿 볼수 있는 음식이기도 하여 먹을 것이 없이 영양보충이 힘들었던 시절을 이겨내기 위하여 각별한 지혜가 깃들어져 잇는 음식이라 할 것입니다.  세찬 바닷 바람이 불어오는 한겨울에도 이 몸국 한사발이면 거뜬하게 추위를 물리치고도 남을 정도의 힘이 생겼습니다. 

 


3. 돔베고기
똥돼지의 담백한 맛 

 

 

아주 먼 옛날 똥돼지로 시작하여 지금의 토종흑돼지까지 이어지는 제주의 담백고 독특한 음식이 바로 '돔베고기'입니다. '돔베'는 나무로 만들어진 도마를 일컫는 말인데, 푹 삶아낸 돼지고기를 돔베에 놓어 알맞게 썰어 먹는다고 하여 '돔베고기'라고 부릅니다.


 

예로부터 제주사람들은 돼지고기를 먹을 때 밥상위에 또는 바닥에 도마를 놓고 그위에서 바로바로 썰면서 고기를 먹었습니다. 이것은 바로 '돼지고기는 따뜻할 때 먹어야 제맛'이기 때문에 고기가 푹 삶아져 기름기가 쫙 빠진 상태의 따뜻한 고기를 식기전에 빠른시간안에 맛을 느끼기 위한 제주사람들의 지혜가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육지사람들의 '보쌈' 또는 '수육'과 같은 음식이라고 보면 됩니다. 돼지고기에 마늘을 듬뿍 넣어 푹 삶은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채로 돔베 위에 올려 놓은 다음, 먹기좋을 크기로 비게와 껍질이 있는 채로 썰어 김치에 싸서 먹는 돔베고기는 그야말로 말이 필요없습니다.

또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부드러운 속살의 돼지고기를 제주의 자리젓과 멸치젓을 함께 겯들여 먹으면 이 또한 별미중의 별미입니다. 푹 삶아서 기름기를 쫙 뺏기 때문에 느끼하지 않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어서 다른고기에 비해 질리지 않고 많이 먹을 수 있습니다. 

제주 흑돼지는 털색깔 및 몸 전체가 흑색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체질이 강건하여 질병 저항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모성애가 다른 돼지보다 강하다고 하며, 콜레스테롤 함량은 낮고 필수지방산 함량은 높게 나타나 건강식으로 최고의 육질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제주도는 세계가 인정한 구제역 청정지역으로 1999년 12월 이후 돼지 콜레라가 한번도 발생하지 않은 말그대로 청정지역이기도 합니다.

 


4. 빙떡
제주도식 웰빙푸드, 메밀과 무의 절묘한 조화 

 

 

소화가 잘 안되는 대표적인 곡물인 메밀, 하지만 피를 맑게 하고 단백질, 비타민C,E 가 풍부한 메밀을 섭취하기 위하여 고안해낸 과학적인 음식이 바로 '빙떡'입니다. 빙떡의 '소'로 사용되고 있는 '무'에 그 비밀이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무'에는 소화효소가 아주 풍부하여 반면, 소화가 잘 안되는 메밀의 특성을 상쇄시켜 더할 나위 없는 찰떡궁합의 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주의 토질 특성이 메밀이 해마다 풍작을 이뤄 늘 식량난에 허덕였던 제주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한 식량원이었습니다.


 

메밀전 속에 간단하게 채 썰어 버무려진 무를 '소'로 넣어 만들어진 너무나 단순해 보이는 이 음식은 얼핏보면 만두처럼 보이기도합니다. 처음 맛보는 사람들은 그 밋밋한 맛에 실망할 수도 있지만 두,세개쯤 먹다보면 그 깊고 담백한 맛이 깊이 빠져들고 맙니다. 은근하게 전해져 오는 맛, 재료하고는 오직 메밀과 무채 뿐인데도 한번 맛에 익숙해지면 앉은 자리에서 대여섯개는 거뜬하게 없어지고 맙니다. 

빙떡 또한 오래전부터 제주의 관혼상제 때 널이 이용되어 온 음식입니다. 경조사는 물론이고 명절과 제사의 단골 음식이기도 하고 평상시에도 심심찮게 만들어 먹던 대표적인 음식이었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잘 볼 수 없고 민속오일시장이나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동문시장에 가야 맛볼 수 있습니다. 기름지고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 제주의 지혜가 깃들어 있는 대표적인 웰빙푸드인 빙떡은 또 하나의 새로움을 선사할 것입니다.


5. 자리물회
뼈와 꼬리가 아작아작 씹히는 맛이 일품 

 

 

자리돔은 제주의 대표적인 특산물입니다. 예로부터 제주의 전통 고깃배인 테우를 이용하여 자리돔을 어획하여 왔습니다. 원래 돔 종류의 물고기는 가시가 날카롭고 쎄기로 유명한데,  자리돔의 가시도 예외는 아닙니다. 뼈와 가시가 있는 통째로 아작아작 씹어 먹는 것이 외지인들이 보기에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자리돔을 이용한 대표적인 요리로는 강회와 자리물회를 들 수 있습니다.

 

 자리돔을 썰 때는 뼈의 날카로운 부분을 상쇄시키기 위하여 가시의 방향과 어긋나게 세꼬시로 써는 게 일반적인데, 금방 걷어 올린 싱싱한 자리돔을 세꼬시로 썰어 고추장에 찍어 먹는 강회, 그리고 오이, 당근, 배, 미나리, 양파, 등 채소를 넣어 새콤하게 만들어 먹는 물회는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 중의 별미입니다. 

제주특산물인 자리돔은 6~8월에 잡히는 것이 가장 맛이 있다보니 '자리물회'는 여름철에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얼음을 둥둥 띄운 된장국물에 뼈와 꼬리를 그대로 썰어 넣고 양파와 미나리, 깻잎 등 각종 야채와 톡쏘는 맛을 내기위하여 계피나무 잎을 겯들여 만든 자리물회는 제주사람들이 여름철에 가장 많이 찾는 인기 있는 음식입니다.


이미 자리물회의 맛에 대해 그 깊이를 느껴본 사람이라면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지만, 처음 접하는 분들은 고개를 가로 젖기도 하는데, 따뜻한 요리에 사용되는 된장을 냉국에 풀어 넣은 것, 그리고 자리돔 특유의 강한 가시와 뼈를 그대로 썰어 넣은것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선의 비릿내를 없애기 위하여 풀어 넣은 생된장의 구수하고 시원한 맛과 오독오독 씹히는 자리뼈의 감촉을 한번 경험하고나면 무더운 여름만 되면 생각나게 하는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최고의 음식일 것입니다.

이상으로 다섯가지의 제주고유의 음식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된장냉국'을 제외한 나머지 네가지 음식은 제주도내에서 얼마든지 맛 볼수 있는 음식들입니다. 빙떡은 본문에 있는대로 시장이 가면 쉽게 구할 수 있고 나머지는 유명 맛집에 가면 기막힌 맛을 직접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행여 민박을 이용하시는 관광객들은 된장냉국의 기막힌 맛을 민박집에 부탁하여 맛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