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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미니자판기의 찌든 때에 기절초풍

 미니자판기의 찌든 때에 기절초풍
-사무실용 미니자판기의 기절초풍할 위생상태-

 

매일아침 출근을 하자마자 일을 시작하기 전에 늘 습관처럼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커피타임인데요, 직원들 모두,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거의 대부분이 모닝커피를 좋아합니다. 예전에는 사무실 마다 전기 포트와 커피 셋트를 갖춰놓고 직접 타 마시기도 하였지만 요즘에는 어느 정도의 인원을 보유한 사무실에서는 대부분 '미니 자판기'를 설치하여 손쉽게 커피를 마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필자의 회사에는 직원 수가 약 150여명에 사무실이 여러 개 있어 구역별로 미니자판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물론 미화부에 근무하는 직원분들이 청소도 하고 재료도 채워 넣는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거리에서 커피를 팔고 있는 자동판매기의 위생상태가 불결하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언제나 깨끗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환경에 늘 감사하곤 했었습니다.

 

깨끗한 외관의 미니자판기

 

불과 며칠 전의 일이었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출근을 하여 커피를 뽑아 마시는데, 혀끝에서 이물질이 감지가 됩니다. 손가락으로 꺼내보니 숯덩이처럼 새까만 물질이었는데, 처음에는 '커피가 녹지 않았나?' 라고 생각하고는 바로 티슈에 싸서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분말가루로 되어 있는 자판기용 커피에서 이런 물질이 나온다는 게 좀 이상합니다.

 

그럼 어디서 나온 걸까요? 그렇다고 해서 자판기의 내부가 불결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틈틈이 재료가 떨어지거나 하면 직원 중 누구라도 재료를 채워 넣기 때문에 자판기 내부의 눈에 보이는 위생 상태는 항상 깨끗한 편이었습니다. 결국 이물질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은 포기하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어제 그 이물질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는 힌트가 발견되었습니다. 직접 커피를 뽑고 있는데, 커피물량이 절반도 채 되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뽑아봤습니다. 결과는 마찬가지, 종료음이 울린 후 컵을 뺐는데도 커피량은 평상시의 절반수준, 가만히 보니 커피가 나오는 꼭지에서 커피가 계속하여 흐르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눈여겨보니 시원스럽게 나와야 할 커피가 약하게 나오는 것이 보나마나 관이 막힌 것처럼 보였습니다.

 

외부에서는 전혀 눈에 띠지 않던 찌든 때가 관 내부에 덕지덕지

 

뜯고 조이는 것이 전문인 필자, 이런 상태를 두고 그냥 지나칠 리 없습니다. 바로 자판기를 열고 분해에 들어갔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관이 막혔는지 알 수 없었지만, 문을 열고 커피가 컵으로 떨어지는 광경을 보니 꼭지부분에서 막힌 것이 확실해 보였습니다. 윗부분에서 떨어지는 물량은 충분해 보이는데, 분명 중간부분에서 정체가 되고 있었습니다.

 

미니자판기의 내부모습
세종류의 음료가 나오는 노즐의 모습인데,
커피가 나오는 노즐이 막힌 듯 시원찮게 흘러나오는 커피. 분리해 낸 고무호스와 플라스틱 노즐

 

고무로 된 호스를 뜯어내고 꼭지부분까지 뜯어냈습니다. 그런데 꼭지부분을 보는 순간 경악하고 말았습니다. 새까만 때가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는 꼭지의 안쪽 면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커피가 흐르면서 발생 된 찌꺼기가 꼭지의 안면에 눌러 붙기 시작해 쌓인 것입니다.

이 찌든 때를 보는 순간, 며칠 전 커피를 마시면서 발견된 이물질이 생각났습니다. 그때의 이물질이 바로 이거였습니다. 때가 형성된 층이 얼마나 두꺼웠는지, 커피물이 흐르지 못할 정도로 막혀 있었다니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얼핏 보니 의학상식에서 봐 오던 막힌 혈관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혈관이 막혀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여 오는 질병이 이런 것이구나 생각됩니다.

 

 

가느다란 도구에 휴지를 말아 닦아 낸 노즐의 내부
새까만 때가 안쪽에 꽉 들어찬 채 막혀 있고,
누런 때를 닦아내니 얼핏 쇳가루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곳을 통해 나온 커피를 마셨다고 생각하니 구역질까지 납니다.
 

 

도구를 이용하여 꼭지내부의 찌든 때를 닦아내 봤습니다. 찌들어 있는 때가 누렇다 못해 아주 새까맣습니다. 면봉으로 닦아 내려고 했는데, 하필 면봉이 없어 가느다란 도구에 화장지를 둘둘 말아 닦았는데, 한참을 닦아도 때가 떨어질 줄 모릅니다. 얼마나 심하게 찌들어 있었는지 물에 잠깐 담구고 나서야 겨우 닦아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마셨던 자판기의 커피는 모두 이 지저분한 관을 통해서 흘러나온 커피였습니다. 필자의 회사에 설치된 미니자판기는 모두 세 대, 그런데 하나같이 모두가 이런 상태였습니다. 커피량이 충분히 나온다 해도 꼭지 내부에는 이처럼 찌든 때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습니다. 구조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재료의 질이 좋지 않아 찌꺼기가 발생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미화부 직원도 모르고 있었고, 즐겨 마시는 직원들도 모르고 있었던 지저분한 커피, 관을 청소하고 나니 한숨이 지어집니다.

 

음식점에 설치된 미니자판기의 상태는 어떨까?

 

이런 미니자판기는 직원들이 사용하는 사무실외에도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음식점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음식을 먹은 손님들에게 서비스로 공짜로 제공하는 커피인데요, 거의 모든 음식점이 위와 비슷한 형태의 미니자판기들입니다. 어차피 구조도 비슷하고, 사용하는 커피재료도 비슷한 종류라면 찌꺼기에 의한 때가 분명히 존재할 겁니다.

 

서비스로 제공하다 보니, 커피재료도 비싸고 좋은 재료를 쓰고 있다고 보는 건 더욱 어렵습니다. 물론 이런 구조를 사전에 간파하여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음식점도 분명히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쉽게 눈에 띠지도 않는 부분의 청소, 과연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이글을 보시는 미니자판기 애용가 여러분, 커피잔을 자세히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찌꺼기 같은 것이 묻어 있지는 않나요? 혹시 묻어 있다면 지금 바로 청소를 하는 것은 어떠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