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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비 날씨에 횟집 안 가는 이유 들어보니

횟집주인에게 물어본, 비 날씨에 회 먹으면 안 되는 이유

요즘 비 날씨의 연속입니다. 봄비라고 치기엔 좀 이른듯한데 흡사 장마철 같은 날씨가 계속 되는군요. 애들의 봄 방학도 이제 끝. 오늘부터 새 학년으로 올라 새로운 교실을 찾아 들어가야 합니다. 이제 새 학년으로 올라가는 애들을 축하도 할 겸하여 오랜만에 외식을 해볼 생각이었습니다.

 

바로어제, 봄비도 아닌 것이 봄비 흉내를 내며 하루 종일 지겹게 내리고 있는 저녁 무렵, 애들에게 먹고 싶은 것을 물었습니다. 딸애는 돈가스, 아들 녀석은 갈비가 먹고 싶답니다. 여전히 취향이 바뀔 줄 모르는 녀석들, 괜히 물어본 것 같습니다. 서로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가자고 다투는 게 싫어서 이번에도 제가 그냥 결정해야 할듯합니다.

"회 먹으로 가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아들 녀석

 

"아빠~! 비 오는데?"

"비가 오면 어때서?"

"비가 오는 날에는 회 먹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오래전부터 흘러 내려오는 얘기로 비 날씨에 회 먹으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은 있어도 이제 겨우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의 입에서 이런 말이 불쑥 튀어나오니 조금은 당황스럽습니다.

"누가 그러든?"

"음...전에 누군가가 그랬는데.;;"

지금까지 살면서 수도 없이 비오는 날 회를 먹었어도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하고는 이번 외식장소는 횟집으로 정해졌습니다. 물론 아빠인 제가 단독으로 결정한 일이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비오는 날 회를 안 먹는다는 속설. 아주 오래전에 유행처럼 번졌다가 근래에 들어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아들 녀석의 말 한마디가 속설에 대해 되짚어 보게 만듭니다.

 

 

아들 녀석의 입에서 흘러나왔다는 얘기는 요즘도 이런 속설이 알게 모르게 퍼져있다는 얘기인데, 정말로 비가 오는 날에는 회를 먹으면 안 되는 걸까요? 실제로 애들과 가족과 함께 들어간 횟집에는 손님이 북적되던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은 한산해 보입니다. 이번기회에 궁금증도 좀 풀어보자는 심산에 카운터를 보고 있는 주인아저씨께 슬쩍 물어봤습니다.

"오늘따라 좀 한가하네요?"

"네, 비오는 날은 평소보다 좀 한가해요..."

"정말 비가 오면 손님이 없어요?"

"네..절반까지는 아니어도 하여간 눈에 보이게 뚝 떨어져요.."

엥?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비오는 날은 회를 먹지 않는다는 말이 사실이라는 말인데, 이왕 시작한 질문. 비가 오면 손님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도 직접 물어봤습니다.

"쓸데없는 소문 때문이지요.."

주인아저씨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도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는 아니라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는 아주 오래 전 수족관시설이 발달하기 전의 나온 이야기라고 합니다. 비가 오는 날에는 고깃배들이 출어를 하지 않아 싱싱한 물고기들이 들어오지 않는데, 예전의 미흡했던 수족관 시설 때문에 간혹 상한 물고기를 사용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수족관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고 비가 오는 날 출어를 못해도 양어장에서 물고기를 들여오기 때문에 싱싱한 회를 제공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자연산에다가 팔딱 팔딱 뛰는 싱싱한 횟감을 찾는 경우만 아니면 말입니다.

또 한 가지는 비가 오는 습한 날 횟집주방의 위생상태 때문이라는 말도 있는데, 실제로 날 음식을 다루는 식당에서 살균을 소홀히 하다가 자칫 균이라고 옮겨 식중독을 일으키는 날에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입게 되는데, 장사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지 않는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어쨌거나 자신들의 입장에 선 횟집 주인의 말만 듣고 이를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는 일이겠지만 그럴싸한 근거에는 어느 정도 이해는 됩니다. 시대와 환경이 바뀌면서 속설도 같이 바뀌면 좋으련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닌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