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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스런 제주

사라질 위기의 해녀, 하지만 또 다른기회가 될 수 있을듯...

 

   초등학교 다니던 어린시절...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 놀다가도 오후4~5시만 되면 ‘동작그만’ 하고는 부랴부랴 달려가던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바닷가입니다. 바닷가는 제가 어릴적엔 방언으로 ‘개껏이’라 불렀습니다. 

아침에 어머니께선 학교가는 저를 붙잡고는 이렇게 당부합니다.

 

‘학교 갔다와서 놀다가 4시가 되면 개껏이로 와야 한다.’

 

물질(해녀가 해산물을 채취하는일) 나가실 어머니께서 채취하신 해산물을 혼자의 힘으론 버거우니 좀 들어다 달라는 소리십니다.

 

 

 

 

    아이를 낳고서도 몸조리 없이 3일이면 물질에 나섰고 제주의 세찬 바닷바람을 평생 가슴으로 받아 내셨던 어머니세대, 제주에서 나서 제주에서 자란 해녀 어머니,

그리고 우리가족...물질과의 얽힌 일화를 떼어 놓고는 기억이 거의 없는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저 하고는 나이차가 좀 돼는 지금은 환갑에 가까운 연세이신 맨위로의 누나 두분도 초등학교만 졸업하고는 물질을 배우시고 현재도 활발하게 물질을 하고 계십니다.

 

   아주 오랜전인 30여년전 동네의 바다는 휘~~~~~~유~~~~하고 뿜어져 나오는 해녀들의 숨비소리가 갈매기의 울음소리와 어우려져 아름다운 화음을 연출하고,

마을의 바닷가 어귀는 오후4~5시경만 되면 물질을 마친 해녀들의 길게 늘어선 행렬이 장사진을 이루곤 했었습니다.

 

 

 ▲일명'통통배'를 타고 먼바다로 물질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물질로 한평생을 살아오신 노모의 딱 벌어진 어깨가 안스럽습니다. 

 

 ▲물질을 마친 노모의 구부러진 허리

 

               

                ▲한평생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오신 노모의 이마주름,

                   당신의 주름이 아름답습니다.

 

 

 

   언제부터 해녀가 생겼는지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으나 문헌으로는 1105년(고려 숙종 10) 탐라군(耽羅郡)의 구당사(勾當使)로 부임한 윤응균이 “해녀들의 나체 조업을 금한다”는 금지령을 내린 기록과  1629년 이건의 『제주풍토기』,『규창집』이란 문헌에 "潛女(잠녀)"라고 처음 기록된것으로 보아 최고900여년~최소38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제주해녀, 

제주해녀의 이러한 추억이 담긴 장면들을 좀 있으면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을거 같습니다.

현재의 제주도 해녀들의 평균연령이 60대이상이 70%를 차지하고 있다니 말입니다.
 제주도의 강인한 여성상의 대표였던 해녀(海女)....해마다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30대는 아예 찾아볼 수가 없고 40대의 해녀도 극소수에 불과하여 현재의 60~70대의 해녀들이 물질을 그만두는 10여년후에는 어쩌면 바닷가에서 해녀들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서귀포 섶섬이 보이는 자구리해안에서 물질을 끝내고.... 저희 누나의 모습입니다.

 

 

 

 

 

▲수중 20미터가 넘는 바닷속에서 2분이상을 견뎌내는 제주해녀의 폐활량은 세계 으뜸일것입니다.                                          

   

 

▲거의 모든 해녀들이 수심이 깊은 수중에서 노동을 하다보니 만성두통에 시달려야만 했습니다. 두통을 이기려고 중독성이 강한 약품인 '뇌선'이 해녀들의 필수품이 되었으니깐요. 

 

 

 

   빠른시일안에 우리곁에서 영영 사라질 것이라 느낀걸까요?
2006년 6월, 제주해녀의 항일운동의 대표적인 지역인 구좌읍하도리 지역에 해녀박물관이 개관을 하여 해녀의 역사를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알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또한 제주에서 개최되는 각종 문화제에선 해녀문화를 널리 알리려는 노력이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중입니다.
이러한 귀중한 문화유산인 해녀문화가 드디어 유네스코 무형유산에 올리려는 노력이 활발하게 진행 된다고 하니 너무 반갑습니다.
제주해녀와 동질적인 삶을 살아온 일본의 해녀인 '아마(海女)'와 함께 공동으로 추진 한다고 합니다.

   

 

  

 

 

 ▲제주해녀와 함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공동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일본의 아마의 모습과 아마가 물질을 하는 모습

 

 

 

 ▲해녀축제에서 퍼레이드를 펼치는 해녀들의 옛모습.

참가해녀의 수나 관람객의 규모로 보아 도내 최대의 축제로 보여집니다.

   

 ▲10대 후반으로 보여지는 어린 해녀의 모습. 지금에도 이들중에 해녀의 생활을 하시는분이 계신지 모를일입니다.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20일~21일 한일 양국의 학자들이 모여 무형유산 지정을 위한 학술심포지엄이 제주에서 열리기도 하였으니

제주해녀의 강인한 여성상이 세계인의 가슴에 감동으로 전해지는 날,

현재의 위기가 또 다른 약진의 기회로 우리곁에 다가올 수 있기를 기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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