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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세뱃돈 천원을 준 후 애들의 반응을 살펴보니

 세뱃돈 천원을 준 후 애들의 반응을 살펴보니

-민감한 애들의 반응에 배꼽 잡은 사연-


설날 삼일 전부터 미리 마련해 둔 세뱃돈. 친지들이 모두 모이면 조카들에게 나눠줄 세뱃돈이 어림잡아 18만원, 해마다 세배를 오는 아들과 딸의 친구까지 합하면 30만원은 신권으로 바꿔둬야 했습니다.

아직은 미취학이거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애들이라 일인당 만원으로 계산했을 경우입니다. 녀석들이 몇 년 뒤에 중.고등학생이 되면 이정도 돈으론 어림없을 것 같습니다. 아내도 그냥 넘어갈 수 없으니 애들에게 나눠주겠다며 천 원짜리 신권으로 30여장 준비해달라고 합니다.

설날 아침, 제사를 지내고나자마자 애들이 앞 다퉈 세배할 시간이라면 어른들 곁으로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애들의 표정을 보니 하나같이 기대에 찬 얼굴들, 얼마나 이 시간을 학수고대 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웃어른에게 먼저 세배를 하고는 덕담과 함께 세뱃돈을 받아 든 녀석들은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며 받아든 지폐를 호주머니에 쑤셔 넣기 바쁩니다. 마냥 즐거운 표정들입니다. 나눠주는 세뱃돈의 금액은 대부분 만원씩입니다.

 

 

슬슬 내 앞으로 몰려오는 녀석들. 은근 장난끼가 발동했습니다. 아내가 갖고 있던 손지갑을 달라고 하고 무릎위에 올려놓은 채 모두에게 기분 좋은 세배를 받았습니다. 이제 세뱃돈을 나눠줄 차례입니다. 아내의 손지갑에 두툼하게 마련된 천 원짜리 지폐를 꺼내 모두에게 한 장씩 나눠주며 애들이 보이는 반응을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고 공부도 잘해야 한다." 표정관리를 하며 시치미 뚝 떼고 나눠준 천 원짜리 지폐. 순간 세뱃돈을 받아든 애들의 표정은 갑자기 굳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손에 쥔 천 원짜리를 한참 동안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하는 녀석

-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녀석


-지폐를 앞뒤로 돌려 금액을 확인하는 녀석


-다른 애들한테는 얼마를 주는지 곁눈으로 살펴보는 녀석


'이건 아니다.'
라는 판단이 섰는지 조카 한 녀석이 대뜸 질문을 던집니다.
 
"큰아빠~! 천 원짜리인데요?"

"어~그래! 큰아빠는 돈이 없어서 천 원씩 밖에 줄 수 없단다. 그래도 세뱃돈이니 저축도하고 공부도 잘해야 한다."

이 말을 듣고는 대답도 하지 않고 돌아서는 녀석은 끝내 자기 엄마에게 쪼르르 달려가서는 천 원짜리를 보여주며 못마땅한 표정을 짓습니다. 거의 동시에 재잘대던 모든 애들의 표정도 굳어져 버렸습니다.

짓궂은 장난이란 걸 알고 있는 어른들은 웃음을 참으며 재밌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지만 애들만큼은 심각합니다. 당연히 만원일거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천원을 받았으니 그 실망은 말도 못했겠죠. 이에 따른 애들의 반응 또한 의외로 차가웠습니다.

웃고 즐기는 사이, 다시 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 나눠주고 나서야 장난이란 걸 눈치 챈 녀석들이 그때서야 찡그렸던 얼굴들이 펴집니다. 그러고 보니 아내가 주는 천 원짜리는 기분 좋게 받으면서 내가 주는 천 원짜리에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네요. 설날 때마다 주머니를 빠져나가는 두둑한 현금. 복된 세뱃돈과 덕담으로 올 한해 모든 가족들이 건강하게 일 년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여러분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