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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라 산

한라산 정상의 비석(碑石)들

한라산 정상에 세워졌었거나 세워져있는 비(碑)는 1950년대 건립된 「평정기념비」와

「한라산개방평화기념비」 그리고 「신혼부부 추모비」가 있다.

추모비는 1982년 신혼여행 중 한라산에 올랐다가 불귀의 객이 된 신혼부부를 추모하기 위해

세운 비석으로, 이들은 신혼의 단꿈에서 깨어나기도 전에

하늘나라로 홀연히 떠나버린 흔하지 않은 비운의 여행객이었다.

그 비석은 현재 남벽 정상에 세워져있는데, 능선에서 남쪽으로 몇 발짝 내려간

사면에 돌무더기를 쌓아 놓고 조그맣게 비석을 만들어 남쪽을 향해 세워놓았다.

비문에는 “김경애(마가렛) 김영실(요셉) 묘 / 一九八二. 四. 二六 신혼의 아름다움 / 속에 하느님

 곁으로 가다”라 새겨져 있다.

 

 

평정기념비」와 「한라산개방평화기념비」는 제주4.3이라는 제주도민과

우리민족에게 크나큰 시련이자 아픔을 간직한 비석들이다.

 


비석을 세우게 된 동기는 1948년 4월3일 4.3이 일어나고 같은 해 10월 중산간마을

 주민들은 해안마을로 이주하라는 소개령이 내려짐에 따라 한라산 입산도 금지되었다.

입산통제가 6년간 계속되다가 저항세력이 10여명으로 줄어들어 전의를 완전히

상실했다고 판단한 제주도경찰국장은 1954년 9월21일 한라산을 전면 개방하게 된다.

이때 한라산 정상 1950m지점에 분화구 방향인 동쪽을 향해 「평정기념비」를 세웠고,

이듬해 9월21일에는 백록담 분화구 북쪽의 잘록한 능선에 「한라산개방평화기념비」를 건립하였다.


「평정기념비」는 제주도경찰국에서 세웠을 것으로 추정되며, 규모는 좌대 50Cm, 비석 90Cm정도다.

이 비는 1958년 8월까지는 세워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그 이후는 행방이 묘연하다.

평정기념비는 제주4.3의 흔적으로, 암울한 시대의 역사 일부분을 나타내는 상징물이기 때문에

찾아서 보존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2004년 10월24일 같이 등반한 동료들이 자일을 가지고 서벽쪽으로 찾아봤으나 발견하지 못했다.

 「한라산개방평화기념비」는 아직도 출입이 통제된 지역인 한라산 정상 북쪽 능선에 남아있다.

그 비의 내용은 『漢拏山開放平和紀念碑 / 檄文 / 永遠히 빛나리라 / 濟州道警察局長 辛相?氏는 / 四.三事件으로 八年間 封鎖되였든 漢拏寶庫를 甲午年 九月 二一日 開放하였으니 / 오즉 英雄的 處事가 않이리오 / 다만 全道는 寄與된 自由와 福音에 感訓할 것이다. / 檀紀 四二八八年 九月 二一日 / 神選部隊長 許昌洵 記 / 東和林業社長 李光哲 建立』이라 되어 있다.

 

자유와 평화가 지켜지는 평화의 섬 중앙에 우뚝 솟은 한라산은

오늘도 고요히 흐르는 제주의 역사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10년 가까이 제주도 전역을 공포의 먹구름으로 뒤덮이게 했던 4.3이 막을 내린지 60여년이다.

평정기념비는 조그만 돌맹이 하나이지만 4.3이라는 역사가 묻어 있는 것이기에 그 소중함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라산 정상 자연석에 새겨놓은 마애명 역시 제대로 정리하여 후손들에게 전해 주어야 할 역사의 증표이다.

 

출처:진산님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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