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 라 산

신이 머물던 자리의 비경과 마애명

 

   제주에는 대표적인 경승지를 일컫는 영주십경(瀛洲十景)이 있다.
조선 말 제주도의 대표적인 지식인 매계(梅溪) 이한우(李漢雨:1818~1881)는 제주에서 경관이 특히 뛰어난 열 곳을 선정하여 영주십경이라 하고 이곳에 시적인 향취가 풍기는 이름을 붙이고 시를 지었다.
이 영주십경의 하나가 '영구춘화'이다

 

영구춘화(瀛邱春花) : 들렁귀의 봄꽃


   제주시 용담동으로 흐르는 한천(漢川) 상류의 계곡 가운데에는 터널 모양의 거대한 기암이 마치 문처럼 서 있다. 이곳을 '들렁귀'라고 한다
선녀들이 한라산 백록담에 내려와 목욕할 때 한라산 신선들이 이곳 들렁귀로 자리를 옮겼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이 '들렁귀'를 '신선이 방문하는 곳'이라는 뜻을 담은 방선문(訪仙門)이라 한다

 

 

 

   맑은 시냇물, 그리고 봄철이 되면 계곡 양쪽과 언덕에 무리를 지어 피어난 진달래 등이 장관을 이루는데 이를 두고 '영구춘화'라 하였다.

   조선시대에 제주에 부임한 제주목사와 육방 관속이 봄이면 행차하여 풍류를 즐겼으며 한라산을 오르려면 이 길을 통하여 올랐다고 한다.

   구한말 제주에 유배되었다가 ‘유한라산기’를 남긴 면암 최익현도 제주선비 이기온과 함께 이곳을 통하여 한라산에 올랐다고 한다.

 

 

 

 

 

 

 

 

 

 

 

 

   이 일대에는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다 바위에 새긴 마애명이 약 50여 군데에 있다.
이곳의 절경에 대한 느낌이나 선비의 기개를 보여주는 시를 적어 놓은 '영각(詠刻)'과 이름만을 적어 놓은 '명각(名刻)'이 주를 이루고 있다.

 

   주요 마애명으로는...
-당나라때의 시인 백거이의 장한가의 시구에서 인용하여 "신선이 찾아 오는 문' 이라는 뜻의 방선문(訪仙門)
-유명한 학자이며 명필인 목사 홍중징의 시로 이곳 마애명의 대표적인 작품인 등영구(登瀛丘)
-목사 김영수의 친필인 환선대(喚仙臺)
-양응상이라는 사람의 시 수종영해방(水從瀛海放)
-판관 이의겸의 시 포구탄홍일(浦口呑紅日) 등 이외에도 이곳에는 역사와 문화적 가치가 많은 마애명들이 방선문에는 산재해 있다.

 

                         (방선문 마애각)

 

 

 

 

 

 

                            (등영구 마애각)

 

 

 

 

 

 

 

 

 

 

 

                영주십경 영구춘화(瀛邱春花)에 얽힌 시 

                                                                                                

 양안춘풍협백화(兩岸春風挾百花) 양쪽 언덕 봄바람에 온갖 꽃들 끼고 있고

 

 화간일경선여사(花間一徑線如斜) 꽃 사이로 한 가닥 오솔길 비껴 있다

 

 천청사월비홍설(天晴四月飛紅雪) 날 맑은 사월에 붉은 꽃잎이 눈처럼 날리고

 

 지근삼청영자하(地近三淸影紫霞) 선계 가까운 땅에는 붉은 이내 비친다

 

 영입계성통활화(影入溪聲通活畫) 그림자 잠긴 시내는 살아 있는 그림이고

 

 향생선어격연사(香生仙語隔煙紗) 신선의 말소리만 들려 모습은 비단연기에 가렸다

 

 청군수향상두거(請君須向上頭去) 청하노니 위쪽으로 올라가 보시오

 

 응유벽도왕모가(應有碧桃王母家) 푸른 복숭아 열린 서왕모가 있을 터이니.

           

                  ※마애(磨崖): 석벽(石壁)을 쪼아 갈아서 글자나 그림을 새김